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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동작구 마을이야기공장은 

지역의 어르신들의 첫사랑 이야기를 수집해

제 6회 사당동마을축제에서 밴드로 노래합니다. 



변정우의 첫사랑

 

빨간 미니스커트에 하얀 스웨터

그 때는 그 모습이.. 5층짜리 건물 양쪽에 있는데 그 사이가 1m가 조금 넘었어요. 와이프가 그 사이 길로 걸어 나오는데 단발에 빨간 미니스커트에 하얀 스웨터를 입고 나왔는데 어라? 했지. 어 뭐야 했지 같이 일하게 될 줄은 몰랐지.

 

고등학교 공고 나왔고 실습을 하러 나갔어. 그쪽 어느 파트가 만들어졌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사업체에서 사람이 왔는데 우리 와이프가 나온 거야. 20살에 만났지.

지금도 가끔 와이프한테 농담 삼아 얘기해요. 그 때 그 모습이 기억난다고.

 

처음에는 정말 많이 싸웠어요. 앙숙이었어요, 앙숙.

그러면서도 일 그만두고 와이프네 자취방에 놀러가고 술 한잔 먹고 그러다가^^

만난 기간도 7~8년 되는데 사귄 거는 1년 정도 바로 결혼 합시다 했지. 29살에 결혼했어.

이런 거는 우리 와이프하고 얘기해야지. 나 혼자 얘기하면 얘기가 자꾸 부풀려져서 헤헤

우리 애들한테는 그런 얘기 한 번도 안 했어.

 



 

여영국의 첫사랑

 

그냥 시골에서 첫 사랑 있었어. 첫 사랑이라 하기도 그렇고

짝사랑은 아니고 짧은 기간에 사귀었는데 그냥 짧은 기간 만에 헤어졌지.

명절이었는데 내가 21살인가 22살인가. 시골에 가니까 다른 누구하고 만난다는 뭐 그런 소문이 들려가지고 그러고 나서는 냉정하게 안 만났지.

 

데이트는 몇 번 했지. 친구들하고 같이 만나기도 하고 그냥 순수하게 그냥 만났어.

냇물이나 자갈밭에서 그냥 만나서 얘기하다가 헤어지고 그러는 거지.

그 아가씨는 19살인가 나 보다 두 살이 어렸어.

그냥 순수하게 만났다가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그냥 안 만났어.

알고보니 사촌 여동생이랑 친구간이더라고. 나를 못 잊어서

명절에 술 시켜놓고 젓가락 장단 맞춰 놀던 시절이었거든. 그런데 내가 아는 척도 안 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 때 왜 냉정하게 그랬나 싶어.

 

얼굴도 통통하니 얼마나 복스럽게 생겼나 몰라. 이름도 복순이야, 복순이. 이복순.

얼굴도 아주 복스럽게, 미운 것이 한 군데도 없었어.

만나게 된 동기가 마을에는 이웃에 누가 있는지 다 알고 그랬거든. 산 넘고 물 건너 그런 동넨데 우리가 옛날에 여가 집안이 거기서 살다가 현재 주소지로 이사온 게 1930~40년대라고 얘기 들었어. 우리가 살던 그 동네 아가씬데

우리 마을 앞에 산을 잘라서 댐을 만들려고 했었거든. 재래식으로 기차 철길 같은 거 만들어가지고, 탄광 같은데서 짐 실어 나르던 그거. 거기서 그거 타고 저기 까지 가고

잘못 멈추면 궤도 밖으로 뛰쳐나가고. 그거 돌려놓으려면 엄청 고생했는데

그걸 타고 놀고 있더라고. 그 때 내가 말을 붙인 게 계기가 됐지.

 

대구에서 육군 장교하고 결혼했는데 지금은 이혼했다고 얘기 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모르지. 몇 년 전에는 어떻게 살아가나 궁금하기도 했었어. 첫사랑도 어떤 관계를 맺은 건 아니어서 정이라는 건 없어도 제일 처음 이성으로 만난 사람이니까.

 

대구에 아는 사람이 많거든. 우리 마을에 알던 남자 애들도 많이 살고 하니까 가끔 소식은 우연히 듣지. 이복순이 한테도 내가 첫사랑이었을 거야 아마.

 

데이트 비용은 곡식을 팔아서 마련했어. 둘이 만날 때는 돈 드는 일이 없으니까 상관없는데 친구들이랑 여럿이 만나면 술이라도 한 잔 해야 되니까 곡식을 몰래 퍼내가지고.

그리고 감호 사이다라고 감호동 동네 이름을 따가지고 감호 사이다라고 있었어. 지방 사이다지. 그 때만 해도 없어서 못 먹지 얼마나 맛있어.

뒤주 안에 가마를 가지고 혼자는 못하니까 친구들하고 같이. 알면서 모르는 척 해주는지 우리 아버지가 귀가 얼마나 밝은데도 뒤주 문을 열는데도 몰라. 잠가놓은 문 고리가 요렇게 타원형으로 생겼는데 요렇게 저렇게 하면 자물쇠가 쑥 빠져나오는 거야. 그걸 몰랐겠지. 그래가지고 몰래 퍼내가지고 파는 거야. 곡성 장사라고 있었어. 가게마다 쌀이나 이런 거 되박으로 껍데기 도정 안 한거는 중량으로 하고 그랬어.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소리 없이 그걸 퍼냈나 싶어.

 

어느 날은 쌀을 퍼내다가 위에 보니까 쌀 위에 누나가 손도장을 찍어 놨는데. 내가 쌀을 몰래 퍼내고 위에 내 손도장을 찍었거든. 그런데 누나랑 내랑 손 크기가 다르잖아. 그래서 걸렸지. 야 이노무 자식아 이러면서.

 



할머니의 첫사랑

 

고대생이 만나자고 일주일을 쫒아 다녔는데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무서워서 가슴앓이만 하다 끝났다고...

다른 할머니는 절친의 오빠가 죽자 사자 사귀자고 했는데 아는 사람이라 이리저리 피했더니 사우디로 돈 벌러 떠나서 중매로 장가를 아주 잘 가서 배앓이 중이라더라.

 



 

정은이네 할머니 유육례 여사의 첫사랑

 

쑥스럽다.

내가 고놈아를 좋아했나, 고놈아가 날 좋아했지. 열일곱살 먹었어. 우리 친정 동네 뒷동네 머이마여. 노가여. 그 머이마가. 노공숙. 외할머니가 반대했다. 그 머이마가 좋아라 했는디 그 머이마가 큰 엄미 있고 작은 엄미 있었는디 큰 엄미가 애를 못 낳으니께 작은 엄미가 그 머스마를 낳았어. 그래서 시애미가 둘이라고 시집살이 시킨다고 외할미가 반대했지.

 

옛날에 영화보러 댕김서 만났어. 맨날 맨치 보러 댕깃어 영화를

여름이었어. 초여름. 한복 입고 댕기고 그 때는 원피스도 입고 댕깄지.

영화보러 가서 만났지. 친구 가이나들이랑 여럿이

영화보러 가가지고 봉께 그 머이마가 있드라. 내가 집이 있고 더 가야 머이마 집이 있어. 그래서 내를 데려다 주고 영화비를 그 머이마가 다 내고 그러고. 빵도 먹고. 과자도 삐가 과자.

 

나도 처음에는 좋아했는디 그 때는 청년이었지 열아홉살.

느그 외할매가 마다한디 헤어져야지. 내가 먼저 가브렀지 그 머이마는 총각으로 남아있고

그 때만해도 내가 많이 안 좋아했어야. 동네에 소문난다고

 

영화만 봤재 얘기도 안 했어. 손도 안 잡았어. 그 때 어디서 손을 잡아야. 부끄러워서 말도 못하고 그랬어. 좋다고 뭐 주고 그런 것도 안 했어. 그래도 만나면 찐빵도 사먹고 삐가도 사묵고 그 때는 담배 맹키로 생긴 껌 사묵고 그랬어.

 

저도 부끄러워가지고 말도 안해.

그때는 오빠라 했지. 소문나고 부끄럽다고 동네 놀러도 안 댕겼어. 같이 댕기고 하면 논다고 소문을 내 동네 사람들이. 그 나이가 먹고 큰 께 오빠오빠했지.

한 동네서 커서 윗동네로 이사가브렀는데 같이 컸은께 알제. 영화관에서 나를 보고 한눈에 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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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잘 지내다가 헤어져브렀어. 울 엄마랑 둘이 살았재. 오빠는 군대 가버리고 없고.

끝나블고 열여덟돼서 중매해가지고 지금 할아버지 만났지.

 

그 동네 남자가 증말 없었지. 옘병할. 알고본께 옛날 할머니하고 중매쟁이하고 형제를 먹어서 누나누나했어. 그래서 중매를 했지. 아들하고 중매를. 처음에 마음에 없었지. 안 간다고 배 타고 울고 그랬지. 그렇게 꿈에도 안 꿨던 섬에를 갔지. 시집가는 줄도 모르고 갔지. 씨벌놈의 목포 행남사 공장에 넣어준다고 해서 데리고 갔어. 전혀 몰랐지. 나랑 같이 온 아저씨(중매쟁이) 어디갔냐고 하니까 먼저 가브렀다고 그래. 그 동네가 그 사람네 동네였어. 나를 거기다 놔두고 가버렸어.

목포를 간다고 한께 일곱인가 여덟인가 식구들이 다 나와. 큰애기 따라오재, 할마이 따라오재. 어디로 가는데 배를 탈라 그러냐 물었어. 선바위 저그 간대. 배를 탄께 멀미가 나. 방에가 두러누웠는데 오바이트가 나고. 아홉시에 출발한 배가 저녁 일곱시에 닿는거여 대마도에. 배도 똥배여. 멀미나서 똥까지 다 궤어불고. 언니 나 눈도 못 뜨것소. 그러니께 그 머시마가 손 잡으라해. 조까 있은께 멀미가 좀 가셔야. 그 때 조금 콩닥콩닥했재. 생전 안보던 머시마가 손 잡아주고 한께.

 

또 작은배로 갈아탈려고 하니께 나는 막 안간다고 울어 브렀어. 어메어메 하면서 운께. 그럼 갔다가 하룻밤만 자고 내일 이 배가 나온께 그 배로 나오자고 그러더라.

엄마랑 둘이 살아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농사도 질 줄 모르고 살림도 할 줄 모르고 그런데서 못 산다고. 내일 아침에 나오자고 했어. 잠 잘랑께 느그 할마니가 보고잡고 잠이 오냐.

일곱시에 목포로 나온다 해서 안 자고 버텼는데 잠 자버려서 일곱시가 넘어브렀어야. 시계도 없었어. 하루가고 이틀가고 그러다 한 달 가고 그렇게 계속 살았지. 거그 할매가 내 딸 놀이하고 살자, 내 딸 놀이하고 살자그랬어.




세희네 할머니 첫사랑

 

첫 사랑 없다. 뭐 하러 없다. 거짓말 아이다. 옛날에는 그런 사람 없다.

할아버지가 첫 사랑이다. 처음에 보니 할아버지 못났지 뭐.

나이 어려가 시집가서 연애 할 여유가 어딨노.

할마이 또 담가줄게. 김치 잘 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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