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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파괴의 검은 여신, 칼리

세상의 모든 악을 물리친 용감한 여신

칼리는 검은 이라는 뜻이다. 검은 피부에 검은 머리채를 흩날리며 피 묻은 붉은 혀를 길게 내밀고, 한 손에는 죽은 악마의 목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죽은 악마의 피를 사발에 받고 있다. 칼리는 무시무시한 외형에 걸맞게 목숨을 앗아가는 죽음과 파괴의 여신이다.

칼리는 지나는 길에 마주치는 모든 인간과 모든 것을 다 파괴한다. 그녀가 검은색으로 상징되는 것은 검은색이 모든 색채를 다 사라지게 하듯이 그녀가 지닌 파괴의 위력이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름과 형태를 사라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칼리이다.

칼리 여신이 옷을 걸치지 않은 것은 모든 환영의 베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은 바로 죽음의 커튼이다. 칼리 여신의 목에 걸린 50개의 해골은 산스크리트 알파벳 50개를 상징하며, 그녀가 가지고 있는 힘과 지식을 상징하는 목걸이다. 그녀가 허리에 걸치고 있는 허리띠는 인간의 손을 엮어서 만든 것이다. 손은 모든 행위의 기본적 도구로서 그 모든 행위가 카르마()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상징한다. , 인간이 행위를 통제하지 않는 한 궁극의 자유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3개의 눈은 과거, 현재, 미래를 통치하는 그녀의 영원히 변치 않는 힘을 상징한다.

칼리가 죽음을 부르고 악마의 피를 마시는 여신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 신화적 배경은 참으로 흥미롭다.

아주 오래전 사악한 악마 락타비자가 세상을 황폐하게 만들며 갖은 만행을 저지르던 때가 있었다. 그 악마는 누구도 죽일 수가 없을 만큼 강력했다. 그가 흘리는 피 한 방울이 땅에 떨어지면 천 명이 더 넘는 악마들이 태어나 그의 부하가 되어 세상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하늘나라의 신들은 그 악마를 없애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써보았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오히려 악마의 숫자는 더 늘어만 갔다. 그러자 신들은 고민 끝에 여신 칼리를 불러 그 악마를 없앨 것을 명령한다.

그러나 칼리는 신들의 명령에 너무도 놀라 두려움에 떨었다. 이때 남편인 시바가 칼리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오직 그녀만이 이 일을 할 수 있고, 이 악마를 없애지 않으면 모든 것이 다 사라지게 될 것라고 말했다. 시바의 설득에 못 이긴 나머지 그녀는 신들에게서 물려받은 무기를 들고 쏜살같이 전쟁터로 달려가 악마의 부하들을 단숨에 무찌르고 그들의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셔버린다. 칼리가 악마의 피를 마신 이유는 또 다른 악마가 태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마지막엔 그 사악한 악마마저도 무찌르고 그 피를 받아 마셨다. 그 후 칼리는 주체할 수 없는 광란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수많은 악마의 피를 마신 후 추는 칼리의 춤은 그 광기가 너무도 지나쳐서 모든 생명체가 악마를 없애버린 기쁨을 누릴 사이도 없이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마치 우주를 파괴해버릴 듯한 공포에 신들은 재빨리 칼리의 남편인 시바를 불러 저 섬뜩한 광란의 춤을 멈추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러나 칼리는 시바의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파괴의 춤을 춘다. 그러자 생각다 못한 시바는 자신의 몸을 던져 칼리의 재물이 된다. 단숨에 시바의 목숨을 빼앗은 칼리는 그가 남편인지도 모르다가 그 위에 올라서서야 비로소 시바임을 알아차리고 그 광기어린 파괴의 동작은 멈추게 된다. 시바의 희생이 칼리가 추는 파괴의 춤으로부터 우주를 구하게 된 것이다.

어떤 신화에선 칼리가 시바를 죽인 후 그 위에 올라서서 춤을 추다가 그 시신이 바로 남편임을 알아차리고 놀란 나머지 혀가 밖으로 튀어나온 후 다시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칼리는 늘 혀를 내밀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출처 : 인도민화로 떠나는 신화여행 (인문산책) 하진희 지음 137~142p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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